어린이, 청소년이 잘못된 행동을 하면 흔히 ‘반항을 한다. 비행청소년이다.’라고 말합니다.
통상적인 수준의 반항이 아니라 병적인 수준인 경우, 혹시 적대적 반항장애가 아닐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이 글에서는 적대적 반항장애 (oppositional defiant disorder, ODD)의 증상, 진단기준, 치료 등에 대해 다룹니다.
먼저 보다 큰 범주의 질환군인 파괴성 행동장애 (disruptive behavior disorder)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파괴성 행동장애 (disruptive behavior disorder)
파괴성 행동장애 환자는 사회적으로 파괴적인 행동을 보이는데, 환자 자신보다 다른 사람이 더 고통을 받습니다.
즉, 파괴적인 행동을 해서 자기 자신이 괴롭기보다는 남에게 피해를 줍니다.
정신과 질환 진단에 많이 사용하는 DSM 기준으로는 파괴성 행동장애에 적대적 반항장애와 행실장애 (품행장애, conduct disorder)가 포함됩니다.
참고로 또다른 진단 분류 체계인 ICD-10에서는 행실장애 (conduct disorder)를 큰 분류로 보고 여기에 다음과 같은 질환들이 속하는 것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 가정에 국한된 행실장애 (conduct disorder confined to the family context)
- 비사회성 행실장애 (unsocialized conduct disorder)
- 사회성 행실장애 (socialized conduct disorder)
- 적대적 반항장애 (oppositional defiant disorder)
- 기타 행실장애 (other conduct disorder)
- 불특정 행실장애 (conduct disorder, unspecified)
적대적 반항장애 (oppositional defiant disorder, ODD) 개요
적대적 반항장애는 거부적, 적대적, 반항적 행동이 주 증상으로, 사회적 규범을 위반하거나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반사회적, 공격적 행동은 많지 않습니다.
이것이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다음 글에서 다룰 행실장애 (품행장애, conductive disorder)나 반사회적 인격장애 (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는 사회적, 법적 문제를 일으키는 반면, 적대적 반항장애는 그러지는 않습니다.
적대적 반항장애 빈도 (역학)
적대적 반항장애의 발생빈도는 연구마다 2~16%로 다양합니다.
빠르면 3세라는 매우 어린 나이부터 시작될 수 있으며, 전형적으로는 8세 이전에 시작됩니다.
13세 이전에는 남성에 많으나 이후에는 남녀가 비슷합니다.
(청소년 이후에는 잘 발생하지 않습니다.)
적대적 반항장애 (oppositional defiant disorder) 원인
발달학적 특성으로 보아 정상적 적대행동은 18~24개월 사이에 절정에 달합니다.
이 시기의 소아는 자기주장을 고집하고 작은 일에도 화를 내고 성질을 부립니다.
그래서 '무서운 두 살 (terrible twos) 이라고도 합니다.
이런 자기 주장과 타인에 대한 거부적 행동은 아주 어릴 때는 정상으로 봅니다.
이러면서 소아는 자율성, 주체성, 내적 기준과 자기 조절을 확립해 나갑니다.
이런 환아는 체질적으로 또는 기질적으로 자기 주장이 강하고, 좋아하는 것을 강하게 표현하고, 독단적인 성향이 있습니다.
부모가 자신의 필요에 의해 이들의 행동을 힘이나 권위로 억제하려 하면 투쟁이 일어나고 적대적 반항장애가 발병하게 됩니다.
생물학적 요인으로는 유전적 요인과 dehydroepiandrosterone sulfate (DHEA-S)의 증가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가족력은 명백하게 발견되지 않았으나 적대적 반항장애 환아의 부모는 대부분 원래부터 권력, 지배, 자율에 지나치게 관심이 많다고 합니다.
환아는 대부분 원치 않은 아이였습니다.
또한 부모에게 반사회적 인격장애와 약물남용 같은 문제가 있을 확률이 일반인구보다 높습니다.
후기 소아기에는 여러 환경적 외상, 질병, 무능상태 (정신지체 등), 무력감, 불안, 자존심 손상 등에 대한 방어로서 적대행동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정신분석적으로는 이를 항문기적 문제로 보고 있습니다.
한편 행동주의학파는 이를 권위자를 지배하려는 학습되고 재강화된 행동이라고 시사합니다.
적대적 반항장애 증상 (임상양상)
어른들과 논쟁을 하고 신경질을 부리고 쉽게 화를 냅니다.
또한 어른들에게 복종하지 않고 규율을 따르지 않으며 어른들을 화나게 합니다.
집에서나 서로 잘 아는 사람이나 친구들에게 그런 행동을 보이지만, 밖에서나 학교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진찰실에서는 장애가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환자는 자신들의 문제행동을 정당화하려고 친구나 다른 사람을 곧잘 비난합니다.
만성화되면 거의 대부분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겨서 친구도 없고, 학교생활에 문제가 많이 생깁니다.
지능은 정상이지만 학업성적이 나쁜 경우가 많습니다.
대개 좌절되어 있고 열등감이 있고 우울하고, 참을성이 적습니다.
청소년기에는 술이나 약물 (본드 등)을 남용하기 쉽습니다.
또한 행동장애나 기분장애로 발전하기도 합니다.
적대적 반항장애 진단기준 (DSM-IV-TR)
1. 거부적, 적대적이고 반항적 행동양상이 최소 6개월간 지속되며, 다음 중 4개 이상의 증상이 있다.
(1) 자주 화를 내고, 특히 화를 발끈 낸다.
(2) 어른과 말다툼을 자주 한다.
(3) 어른의 요구에 응하거나 규칙에 따르는 것을 자주 반항하거나 거절한다.
(4) 다른 사람이 화낼 일을 일부러 자주 한다.
(5) 자신의 실수나 나쁜 행실에 대해 다른 사람을 자주 비난한다.
(6) 다루기 힘들고, 다른 사람 때문에 쉽게 화를 낸다.
(7) 화를 내고 성질을 잘 부린다.
(8) 심술을 부리거나 복수심이 강하다.
* 주의: 나이와 발달 정도가 같은 사람들에 비해, 문제행동이 더 빈번할 때만 진단기준에 맞는다.
2. 행동장애가 사회, 학업 또는 작업기능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한다.
3. 문제행동이 주로 정신질환이나 기분장애의 발병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4. 행실장애의 진단기준에 맞지 않고, 18세 이상이면, 반사회적 인격장애의 진단기준에 맞지 않아야 한다.
적대적 반항장애와 감별해야 하는 질환 (감별진단)
발달단계의 특정 시기에 나타나는 적대행동은 정상적이므로 감별해야 합니다.
행실장애, 정신분열병, 기분장애 때도 적대행동이 나타나는데 이때는 적대적 반항장애로 진단하지 않습니다.
스트레스가 심할 때 적대행동이 일시적으로 나타나는데, 이 때는 적응장애로 진단합니다.
또한 적대적이고 거부적인 행동은 주의력결핍 과다활동장애 (ADHD), 인지장애, 정신지체 때도 생길 수 있는데, 이때는 문제행동의 심한 정도와 기간에 따라 적대적 반항장애의 진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적대적 반항장애 (oppositional defiant disorder) 경과, 예후
적대적 반항장애의 경과와 예후는 여러 가지 변수, 즉 병의 심한 정도, 어느 정도 장기간 지속되는지, 행실장애, 학습장애, 기분장애, 물질사용장애 등의 질환의 공존 여부, 가족관계에 따라 다양합니다.
다행히 적대적 반항장애 환자의 약 1/4은 예후가 좋아서 수년 내에 호전됩니다.
증상이 그대로 유지되고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실장애로 이행되는 경우에는 예후가 나쁩니다.
적대적 반항장애 치료
적대적 반항장애의 치료는 약물치료보다는 상담 등이 필요합니다.
개인정신치료를 우선 시행합니다.
의사는 소아와의 좋은 치료관계를 통해 소아가 자신의 행동의 파괴성과 위험을 이해하고 자존심을 회복하여, 자립적이고 새로운 적응기술을 획득하도록 도와줍니다.
행동치료를 하므로 문제행동은 무시하고 바람직한 행동은 선택적으로 칭찬하고 격려하고 강화합니다.
부모에게는 이런 방법으로 문제행동을 교정시킬 수 있음을 교육하고, 소아를 다루는 기술에 대해 상담하고 지도해야 합니다.[정신과 관련 글, 소아 정신과 관련 글 모음]
소개, 목차 |
인격장애 (성격장애), 불안장애, 충동조절장애, 해리장애 등 |
소아 정신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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