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청소년기에는 정상적으로도 어느 정도 반항을 합니다.
하지만 반항의 정도가 심하면 적대적 반항장애일 수 있습니다.
적대적 반항장애는 사회적 규범이나 법을 어기지는 않습니다.
한편 반항의 정도가 매우 심하여 사회적 규범을 어길 정도인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행실장애 (conductive disorder)가 아닌지 의심해봐야 합니다.
행실장애는 품행장애라고도 합니다.
단순히 품행이 단정하지 못한 것이 아니고,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정도로 심각한 경우입니다.
적대적 반항장애는 지난 글에서 다루었고, 이번 글에서는 행실장애 (품행장애)에 대해서 다룹니다.
행실장애 (품행장애, conduct disorder) 개요
행실장애의 기본 양상은 소아의 행동이 반복적, 지속적으로 다른 사람의 기본 권리를 침해하거나, 나이에 맞는 사회적 규범이나 규율을 위반하는 것입니다.
이런 행동이 최소한 6개월 동안 지속되어야 행실장애의 진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DSM-IV-TR 진단기준에서는 발병 나이에 따라 소아발병형 (childhood-onset type)과 청소년 발병형 (adolescent-onset type)으로 구분합니다.
증상의 심한 정도에 따라서는 경도, 중등도, 고도 (mild, moderate, severe)로 구분합니다.
참고로 또다른 진단체계인 ICD-10에서는 행실장애와 행실과 정서의 혼합 장애를 같이 포함하고 있습니다.
품행장애 (conduct disorder) 빈도, 역학
행실장에는 소아기, 청소년기에 상당히 흔한 질병입니다.
18세 이하 남자의 6~16%, 여자의 2~9%에서 나타난다고 추정됩니다.
남자가 여자보다 4~12배나 많습니다.
행실장애는 일반인구보다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나 알코올의존이 있는 부모의 자녀에서 더 빈 번하게 발생합니다.
행실장애와 반사회적 행동의 유병률은 사회경제적 요인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행실장애 (품행장애) 원인
소아의 반사회적 행동과 행실장애는 단일요인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생물정신사회적 요인 (biopsychosocial factor)이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1) 생물학적 요인
행실장애의 신경생물학적 요인에 대한 한 연구에서 혈청 내 dopamine β-hydroxylase 수치가 낮고 행실장애가 있는 소아 범죄자의 혈중 serotonin 수치가 높다는 것이 제시되었습니다.
혈중 5-HT 수치는 뇌척수액 내의 5-HT 대사물인 5-hydroxyindoleacetic acid (5-HIAA) 수치와 반비례 관계인데, 뇌척수액 내의 5-HIAA 농도는 공격성, 폭력과 관련이 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2) 정신사회적 요인
- 부모 요인
문제가 많은 부모의 태도와 잘못된 육아 방법, 무질서한 가정환경, 부모 사이의 지속적인 불화가 행실장애와 비행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소아의 정신건강에 부모, 가정환경이 중요하다는 점을 새삼 느낍니다.
부모의 정신과적 장애, 즉 사회병질 (sociopathy), 알코올 의존, 물질 (약물) 의존, 소아학대와 태만 등이 소아의 행실 장애와 관련이 많습니다.
대개의 경우 환아는 부모가 원치 않았던 아이였습니다.
최근의 연구결과에서 행실장애 환아의 부모들 중 대부분이 심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고 보고되었습니다.
정신역동적으로 행실장애는 부모의 반사회적 욕구를 환아가 행동화한 것 (acting out) 이라고 봅니다.
- 정신적 요인
무질서하고 태만한 부모 밑에서 자란 소아는 점차 화를 잘 내고, 파괴적이고, 요구가 많아지며, 성숙한 대인관계를 형성하는 데 필수적으로 따르는 좌절감에 대한 인내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습니다.
또한 롤모델이 불충분하고 자주 바뀌므로 자아 이상과 양심이 건강하게 형성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들은 사회 규범을 따르려는 동기가 결여되고, 비교적 양심의 가책도 받지 않게 됩니다.
- 소아학대와 태만
장기간에 걸쳐 폭력적 환경, 특히 신체적 학대를 많이 받고 성장한 소아는 공격적이게 되며, 자신의 기분을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 이런 기분을 폭력적으로 표현하게 됩니다.
또한 지나친 경계심을 갖게 되는데, 지나친 경계심으로 인한 폭력은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는 형태로 나타납니다.
- 사회문화적 요인
근래의 이론에 따르면 사회경제수준이 낮은 가정의 소아에서 행실장애가 많다고 합니다.
이는 빈곤계층에 속한 소아들은 정당하게 사회적, 경제적 욕구를 성취할 수 없어 정상적으로는 용납되지 않는 수단을 쓰고, 이런 행동은 사회경제적으로 결핍된 계층의 사회에서는 용납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도시에서 성장한 소아청소년에서 행실장애가 빈번히 나타나는데, 이는 물질이나 알코올남용에 노출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입니다.
물질이나 알코올이 행실장애를 일으키지는 않지만, 행실장애의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행실장애 (품행장애) 증상 (임상양상)
행실장애는 시간을 두고 서서히 여러 가지 증상이 발생하다가 결국은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도로까지 가게 됩니다.
발병하는 평균 나이는 여자보다는 남자가 더 어린 나이에 옵니다.
행실장애의 진단 기준에 맞는 증상을 보이는 나이는 대개 남자는 10~12세, 여자는 14~16세가 지나서입니다.
행실장애 환자는 여러 형태로 공격적 행동을 표출합니다.
공격적 반사회적 행동으로 약자를 괴롭히고, 신체적 공격을 자주 하고, 친구에게 잔인한 행동을 보이며 동물에게도 잔인합니다.
어른에게도 폭언을 하고, 반항적이며, 적대적이고, 건방지고, 복종하지 않습니다.
또한 이들은 이런 행동을 숨기려 하지 않습니다.
학교 결석, 성적 비행, 흡연, 음주, 약물남용 등이 일찍 시작됩니다.
지속적인 거짓말, 잦은 가출, 배회, 문화파괴적 행동 (vandalism, 반달리즘)도 흔합니다.
심지어 부수고, 훔치고, 강탈하고, 패싸움하고, 폭력을 행사하기도 합니다.
특히 자기보다 작고 약한 소아에게 더욱 난폭합니다.
상대방 어른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듯한 행동을 해서 화나게 합니다.
이들은 다른 사람과 사회적 애착관계를 가지지 못하여 친구도 없고 고독하며, 친구가 있더라도 피상적인 관계일 뿐입니다.
겉으로는 강하고 거친 것 같으나 열등감이 많습니다.
이기적이어서 타인의 느낌, 욕구, 안녕에 관심이 없습니다.
따라서 죄책감이나 후회도 없고 문제가 있을 때 남을 탓합니다.
처벌도 그런 행동을 감소시키기보다 좌절과 분노에 대한 잘못된 표현만 증가시켜 행동은 더 악화됩니다.
불량집단의 구성원이 된 소아들은 나이에 맞는 친구관계를 가지고, 자기들끼리의 느낌이나 욕구, 안녕에만 관심을 가지며, 그들을 비난하거나 고발하지는 않으려 합니다.
집단에 충성하기도 합니다.
학업성적이 불량하거나 행동문제, 불안, 우울의 증상이 자주 동반됩니다.
공격적인 행실장애아는 정신과 면담 시에도 비협조적이고 적대적이며, 의사를 자극하고 약올립니다.
또한 자신의 행동을 감추고 부인합니다.
면담에 응하더라도 나쁜 행실을 정당화하거나 변명하려 하고 의사에게 화를 내거나, 뛰쳐나가기도 합니다.
행실장애 (품행장애) 진단기준 (DSM-IV-TR)
1. 다른 사람의 기본권리나 나이에 적합한 사회기준이나 규율을 위해하는 행동양상이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있으며, 다음 항목 중 3개 이상이 지난 12개월간 있으면서, 최소한 한 항목은 지난 6개월 동안에 나타난다.
* 사람과 동물에 대한 공격
(1) 자주 다른 사람을 못살게 굴거나 협박하거나 겁을 준다.
(2) 싸움을 자주 건다.
(3) 다른 사람에게 심한 신체 손상을 줄 수 있는 무기를 사용한다.
(예: 곤봉, 벽돌, 깨진 병, 칼, 총)
(4) 사람에게 신체적으로 잔인하게 대한다.
(5) 동물에게 잔인하게 대한다.
(6) 피해자와 맞대면하여 눈앞에서 도둑질한다.
(예: 노상강탈, 지갑 날치기, 강도, 무장강도)
(7)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성행위를 하게 한다.
* 재산파괴
(8) 심각한 파괴를 일으킬 작정으로 고의로 불을 지른다.
(9) 다른 사람의 재산을 고의로 파괴한다 (방화 등).
* 사기 또는 절도
(10) 다른 사람의 집, 건물 또는 자동차를 파괴한다.
(11) 재산이나 애정을 취하거나 의무를 피하려고 자주 거짓말을 한다.
(12) 피해자와 마주치지 않고 사소한 것이 아닌 물건을 훔친다.
(예: 부수거나, 무단침입이 없는 절도 (shop-lifting), 문서 위조)
* 중대한 규칙 위반
(13) 부모가 금지하는데도 자주 외박을 하며, 이는 13세 이전부터 시작했다.
(14) 부모나 대리부모와 같은 집에 살면서 최소 한 두번 이상 가출, 외박을 한다.
(또는 한 번 가출하였으나 장기간 귀가하지 않는다.)
(15) 무단결석을 자주 하며, 이는 13세 이전부터 시작되었다.
2. 행동장애가 사회, 학업 또는 작업기능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한다.
3. 18세 이상이라면 반사회적 인격장애의 진단기준에 맞지 않아야 한다.
(행실장애로 진단하기 위해서는)
* 발병연령에 따른 구분
- 소아 발병형: 최소한 행실장애의 특징적인 진단기준 1개가 10세 이전에 발병함.
- 청소년 발병형: 행실장애의 특징적 진단기준이 10세 이전에는 없었음.
* 증상의 심한 정도에 따른 구분
- 경도: 행실장애 증상이 진단에 필요한 것보다 많더라도 아주 적고, 행동문제가 다른 사람에게 가벼운 손상을 초래한다.
- 중등도: 행실장애의 증상 수와 다른 사람에 끼치는 영향이 경도와 고도의 중간이다.
- 고도: 행실장애 증상이 진단에 필요한 정도보다 많거나 행실문제가 다른 사람에게 상당한 손상을 초래한다.
또다른 진단체계인 ICD-10에서는 다음과 같이 3가지 종류의 행실장애로 구분합니다.
1) 가족상황에 국한된 행실장애 (conduct disorder confined to the family context)
비사회적이거나 공격적인 행동 (단순히 반항적, 도전적, 파괴적 형태뿐만이 아닌)이 가정 내서만 일어나거나, 핵가족 또는 집안에 가까이 사는 사람들과의 상호관계에서만 일어나는 경우입니다.
자기 집안의 것을 훔치고, 고의적으로 장난감이나 장신구를 부수거나, 옷을 찢거나, 가구에 흠집을 내거나, 상으로 받은 물건을 깨뜨립니다.
다른 사람이 아닌 가족에게만 폭력을 휘두르고, 집에서만 고의적으로 방화를 하기도 합니다.
2) 비사회성 행실장애 (unsocialized conduct disorder)
지속적으로 보이는 비사회적, 공격적인 행동뿐만 아니라, 대인 관계에서도 다른 아이들로부터 고립되고, 거절당하거나, 인기가 없으며, 가까운 또래친구가 없습니다.
어른과의 관계도 대체로 심각하여 불화, 적대감, 분노로 차 있는 경향이 있으나 때로는 어른과의 관계가 좋은 경우도 있습니다.
3) 사회성 행실장애 (socialized conduct disorder)
지속적으로 비사회성 공격적인 행동양상을 보이지만 동료집단에서는 잘 융화하므로 자기 또래의 아이들과 적절한 우정관계를 유지합니다.
대개 또래집단은 비행이나 비사회적 행위 등을 하는 아이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 어린이가 한 행위가 사회적으로 용납되는 것이 아니어도, 그 집단 내에서는 인정받기 쉽습니다.
만약 비사회적 행동이 특히 남을 괴롭히는 일이라도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는 신의를 지킵니다.
행실장애와 감별해야 하는 질환 (감별진단)
한 번의 반사회적 행동으로는 진단을 내리지 않으며, 6개월 이상 반복적, 지속적 반사회적 행동이 있어야 진단됩니다.
행실장애는 다른 소아기 정신질환, 즉 기분장애, 학습장애 등에서도 나타나므로, 소아의 과거병력을 자세히 알아본 후 일시적 현상인지 또는 반응성 현상인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적대적 반항장애는 행실장애와는 달리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으며, 연령에 맞는 사회적 규범을 위반하지 않습니다.
기분장애가 있을 때도 쉽게 흥분하고 공격적 행동을 보일 수 있으므로 주요우울장애와 양극성 장애도 감별진단해야 합니다.
주의력결핍 과다활동장애나 학습장애와 감별해야 하며 함께 있으면 둘 다 진단합니다.
행실장애 (품행장애, conduct disorder)의 경과, 예후
예후가 나쁜 경우는 행실장애 증상이 어린 나이에 시작되고, 증상의 수가 많이 나타날 때입니다.
약 40%에서 반사회적 인격장애로 발전된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예후가 좋은 경우는 행실장애가 경하며, 공존하는 정신병리가 없고, 지능이 정상일 때입니다.
행실장애 (품행장애) 치료
다각적 치료프로그램으로 치료합니다.
가족, 지역사회 자원을 이용하여 행실장애의 증상을 조정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환경적으로 일관성 있는 규칙을 만들어서 다양한 문제행동을 조정하도록 도와줍니다.
또한 따뜻한 환경 내에서 용납과 사랑을 장기간 지속적으로 일관되게 제공함으로써 내적 억제력, 긍정적 자아상 회복, 새로운 적응기술을 획득하도록 합니다.
가정 분위기가 무질서하거나 소아학대가 있다면 아이를 가정으로부터 분리시키고 일관성 있고 조직화된 환경에 접하게 합니다.
일상생활에서 장기간의 부적응 상태를 보이면 문제해결능력을 개선시키는 개인정신치료가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약물치료로는 haloperidol, risperidone, lithium, carbamazepine을 사용할 수 있는데, 이는 공격행동을 감소시킵니다.
Clonidine (catapres)도 공격성을 감소시킨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SSRI제제인 fluoxetine, sertraline, paroxetine은 충동성, 과민성 및 정서적 불안정 상태에 효과적입니다.[정신과 관련 글, 소아 정신과 관련 글 모음]
소개, 목차 |
인격장애 (성격장애), 불안장애, 충동조절장애, 해리장애 등 |
소아 정신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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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 정신과(정신건강의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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