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을 하다가 기절했어요.”
“시어머니와의 갈등 상황에서 손발이 마비되었어요.”
전환장애 (conversion disorder)는 정신과 질환 중 신체형 장애에 속하는 질환으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신체적인 증상으로 전환되었다는 의미에서 명명되었습니다.
1. 전환장애 (conversion disorder) 개요
전환장애는 심리적 갈등이 원인이 되어 신경계 증상, 즉 감각기관이나 수의운동기관의 증상이 1가지 이상 오는 경우입니다.
감각기관의 이상으로는 실명, 감각 상실 등이 있고, 수의운동기관 증상으로는 마비 등이 있습니다.
이 증상은 의학적으로나 병리생리적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히스테리신경증 전환형 (hysterical neurosis, conversion type)으로 불렸는데, 신경증적 장애 중 매우 고전적인 것입니다.
Briquet, Jean-Martin Charcot 등이 유전적 요인 및 정신적 외상경험과의 관련성 등 전환장애의 개념 정립에 크게 공헌했습니다.
2. 역학
전환장애의 평생유병률은 잘 연구되어 있지 않습니다.
일반인구 10만 명당 22명이라는 보고가 있습니다.
발병 시기는 사춘기나 성인 초기입니다.
전환장애는 여성에게서 약 2~5배정도 많지만 남자에서도 발견됩니다.
사춘기나 성인 초기, 낮은 사회경제적 계층, 농촌지역, 저학력자, 지능이 낮은 사람, 전쟁의 위협에 놓인 군인들에서 많이 발견됩니다.
주요우울장에, 불안장애, 정신분열병 등을 잘 동반합니다.
서구 사회에서는 전형적 증상이 점차 감소한다고 보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그 빈도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3. 전환장애 원인
증상은 무의식과정을 통하여 일어납니다.
이 때 관여하는 방어기제는 억압과 전환입니다.
원인적 갈등은 대개 성적, 공격적, 본능적 충동과 그 표현을 억압하고자 하는 데에서 일어납니다.
증상은 억압된 욕구 중 일부가 상징적으로 전환되어 표현된 것으로, 환자는 그 의미를 모릅니다.
그러나 환자는 증상을 통해 주위환경과 대화하고 갈등을 통제하려고 합니다.
전환장애를 이해하는 데에 유용한 2가지 기제가 있습니다.
1) 내적 갈등을 지속하면서도 이를 깨달을 필요가 없게 함으로써 일차 이득을 얻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말다툼 후 분노에 관련된 내적 갈등이 실성증 또는 팔의 마비를 가져와 심리적 갈등을 깨닫지 않으면서도 부분적으로 해소하여 항상성을 계속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를 일차적 이득 (primary gain) 이라고 합니다.
2) 환자는 원하지 않는 특별한 행위 (말싸움이나 폭력)를 하지 않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위 환경으로부터 관심과 보호를 받을 수 있고 나아가 사회적으로 곤란한 상황에서 피할 수 있게 됩니다.
이를 이차적 이득 (secondary gain)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실제 고통스러운 증상이 있는데도 환자는 그것에 대해 걱정하지 않고 무관심한 태도를 보일 수 있습니다.
이를 기분 좋은 무관심 (la belle indifference) 이라고 합니다.
흔히 주변의 중요 인물이나 그들의 병을 동일시하여 나타내는 수가 많습니다.
따라서 가까운 사람이 죽은 후 애도반응 기간 동안 죽은 이의 병이 증상표현의 모델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격적으로 환자는 성적 미숙, 피암시성, 이기주의 등이 특징입니다.
병전 성격으로는 히스테리성 인격, 수동공격성 인격, 미숙한 인격, 분열성 내지 편집성 인격 (링크)이 많습니다.
전환장애 자체의 유전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지 않으나, 그 소인이 되는 성격은 유전하는 경향이 엿보입니다.
즉, 가족 중에 반사회적, 히스테리성 그리고 의존성 인격장애가 많습니다.
어떤 연구자는 전환증상을 중추신경계의 한 장애로 보고 있습니다.
대뇌피질과 망상체 사이에 정보교류의 피드백에 이상이 생겨 감각 운동에 대한 정보가 차단되어 마비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언어, 기억, 주의력, 각성상태 등 신경심리학적 연구 결과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뇌영상 연구에서 우세반구의 대사 저하와 비우세반구의 대사 증가 및 양 반구 간 정보소통의 장애를 볼 수 있습니다.
지나친 피질 각성 (cortical arousal)이 증상을 초래한다는 가설도 있습니다.
4. 전환장애 증상 (임상양상)
수의적 근육운동 및 감각기관의 갑작스러운 기능 변화로 인한 장애가 나타납니다.
가장 많은 것은 마비, 시력상실, 함구증입니다.
그 밖의 증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 감각상실 (anesthesia)
- 이상감각(paresthesia)
- 일정 부위의 운동장애
- 운동불능증 (akinesia)
- 운동이상증 (dyskinesia)
- 실성증 (aphonia)
- 진전 (tremor)
- 횡격막 수축
- 무도무정위운동 (choreoathetoid movement)
- 후궁반장 (opisthotonos)이 특징인 히스테리 특유의 간질양발작
- 경련
- 가성의식상실
- 히스테리성 졸도 (hysterical fainting spell)
- 전환장애 특유의 보행장애인 기립보행불능증 (astasia abasia)
이것이 후궁반장 (opisthotonos)입니다.
감각장애로는 목, 식도의 이물감, 장갑형 / 양말형 감각마비, 실명, 귀머거리, 시야 위축 (tubular vision) 등을 보일 수 있습니다.
마비의 예에서 보듯이 손목 아래 부위가 마비되는 등 해부학적 및 신경학적 부위와 일치하지 않으며, 건반사, 근전도검사 결과도 정상입니다.
경련이 나타날 때에는 간질발작과 달리 혀깨물기, 요실금, 외상이 거의 없으며, 동공반사, 구역반사 등이 정상이고, 전환장애 특유의 기분 좋은 무관심을 볼 수 있습니다.
드물게 자율신경장애나 내분비장애도 있을 수 있고, 가임신 (상상임신, pseudocyesis)도 있습니다.
급성기에는 유발요인이나 일차적 또는 이차적 이득이 뚜렷이 파악되는 수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구토는 거부나 반항의 의미가 있고, 가임신은 임신을 너무 갈망하거나 임신에 대한 공포감이 심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장기화되면 일차적, 이차적 이득을 알기 어려워집니다.
5. 전환장애 진단
신체적인 증상이 나타나지만 신체적 병변은 없습니다.
그 동기가 무의식적인 차원이기 때문에 환자 자신은 그 원인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즉, 의도적인 행동이 아니며, 꾀병이 아닙니다.
그러면서도 증상을 가짐으로써 악화된 환경이나 불리한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이차적 이득이 발견되고, 증상에 무관심한 태도 (기분 좋은 무관심)를 보일 때 진단됩니다.
DSM-IV 진단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전환장애 DSM-IV-TR 진단기준
1. 신경과적이나 기타 일반적 의학적 상태를 암시하는 수의운동 또는 감각기능에 영향을 주는 1가지 혹은 그 이상의 증상이나 결함
2. 심리적인 요인이 증상 또는 결함과 연관되어 있다고 판단되는데, 왜냐하면 갈등이나 다른 스트레스 요인이 증상과 장애의 시작 혹은 악화에 선행하기 때문이다.
3. 이 증상과 결함은 의도적으로 만든 것이거나 꾀병을 부리는 것이 아니다.
(인위성 장애나 꾀병처럼)
4. 증상이나 결함이 적절한 검사 후에도, 일반적 의학적 상태나 물질에 의한 직접적 영향 또는 문화적으로 연관된 행동이나 경험으로 완전히 설명되지 않는다.
5. 증상이나 결함은 사회적, 직업적, 그 외 기능의 중요한 영역에서 임상적으로 심한 고통이나 손상을 일으키거나 의학적 평가를 정당화한다.
6. 증상이나 결함은 통증이나 성기능장애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신체화장애 때만 생기는 것이 아니며, 다른 정신장애로 더 잘 설명되지 않는다.
전환장애 진단 시 증상이나 결함의 유형을 명시해야 합니다.
- 운동계 증상이나 결함을 동반
- 감각계 증상이나 결함을 동반
- 경련이나 발작을 동반
- 혼합된 양상
ICP-10에서는 이를 해리성 (전환) 장애 (dissociative (conversion) disorder)로 명명하고 해리성 운동장애 (movement disorder), 해리성 혼미 (stupor), 해리성 무감각 및 지각 상실 (anesthesia and sensory loss), 해리성 경련, 혼합된 해리성 (전환) 장애 등으로 구분해서 명명하고 있습니다.
6. 전환장애 감별진단
정신과 질환 중에서는 성기능장애, 신체화장애, 건강염려증, 신체형 통증장애, 정신신체장애, 인위성 신체장애, 정신분열증과 감별해야 합니다.
신체적 질환 중에서는 다발성 경화증, 전신홍반루푸스 (SLE), 뇌종양, 간질, AIDS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 에이즈), 중증근무력증 (myasthenia gravis), 주기적 마비 (periodic paralysis), Guillain-Barré syndrome (길랑바레 증후군), 시신경염 (optic neuritis) 등의 뇌장애와 감별해야 합니다.
전환장애는 꾀병과도 감별해야 합니다.
7. 전환장애의 경과와 예후
전환장애에서는 대개 한 번에 1가지 증상이 나타납니다.
한 증상이 없어지면 얼마 후 새로운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개개의 전환증상의 발병기간은 짧습니다.
갑자기 나타나서 수일 내 또는 1개월 정도 지속되다가 갑자기 소실됩니다.
예후가 좋은 경우는 갑작스러운 발병, 원인이 되는 스트레스 요인이 있을 때, 병전 적응이 좋았을 때, 다른 정신과적 장애가 없을 때, 진행 중인 재판 문제가 없을 때입니다.
발병기간이 긴 과거력이 있거나 이차적 이득이 있으면 예후가 나쁩니다.
8. 전환장애 치료
환자에 대해 우선 철저한 신체검사를 한 후 재검사를 허용하지 말고, 불필요한 투약도 될 수 있는 대로 제한하면서 이차적 이득의 만족을 차단해야 합니다.
치료기간이 길어지면 병자역할 (sick role)이 심해지고 환자가 퇴행하여 치료가 어려워집니다.
약물치료로는 주로 벤조디아제핀 (benzodiazepine)계 약물로 증상 자체를 완화시키며, 필요에 따라 약물 수면요법을 병행할 수 있습니다.
정신치료로는 공감적 태도로 권위를 가지고 시행하는 지지적 정신치료가 효과적입니다.
환기요법과 암시요법, 행동치료 (이완)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상상에 의한 병이라는 등의 설명은 상태를 악화시키기 쉽습니다.
내적 갈등을 파헤치고 통찰을 주는 분석적 정신치료도 시도할 수 있지만 대상이 제한됩니다.
일반적인 면담이 어려우면 아미탈 면담 (amytal interview)을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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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목차 |
인격장애 (성격장애), 충동조절장애, 불안장애, 해리장애, 소아 정신과 등 |
기타 정신질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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