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서는 종양표지자 (tumor marker)에 대한 총론적인 내용을 다룹니다.
각각의 종양표지자의 개별적인 의미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다루었습니다.
글 중간과 하단에 링크되어 있습니다.
용어 정리 (종양? 암?)
종양 (tumor)은 쉽게 생각하면 몸에 생기는 비정상적인 종괴, 덩어리 (mass)입니다.
종양은 양성 (benign), 악성 (malignant)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악성 종양을 암 (cancer)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암을 초기에 진단하는 것, 조기 진단의 중요성
암은 조기 진단이 중요합니다.
암의 초기, 즉 암의 크기가 작고, 주변 조직을 침범하거나 전신적으로 전이되기 전에 외과적 절제 (수술)를 통해 깔끔하게 제거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하지만 암이 진행되기 전에는 환자에게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조기 진단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종양표지자 (tumor marker)의 정의
종양표지자 (tumor marker)는 종양에 의해, 또는 종양에 대한 인체의 반응에 의해 생성된 물질입니다.
종양표지자는 정상 조직과 종양 조직을 구별하고 종양의 존재를 확인하는 데 이용할 수 있는 물질입니다.
종양표지자는 세포, 조직, 체액 등에 존재하며, 다양한 검사 방법 (화학적, 면역학적, 핵의학적, 분자유전학적 방법 등)으로 측정할 수 있습니다.
종양표지자의 특성
어떤 종양표지자는 한 종류의 종양에 특이적 (specific)이지만, 어떤 것은 여러 종류의 종양에서 발견되기도 합니다.
한 종류의 조직, 종양에서만 발견되는 특성을 조직 특이적 (tissue specific)이라고 합니다.
한편, 악성 종양 (암)에서만 발견되는 것도 있고, 양성 종양에서도 발견되는 것도 있습니다.
암에서만 발견되는 특성을 암특이적 (cancer specific)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종양표지자가 특정 암을 확진할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그래도 종양표지자의 농도가 종양의 활성도, 크기 등을 반영하기 때문에 이러한 것을 알아볼 목적으로 검사할 수 있습니다.
이상적인 종양표지자란?
특정 종양에 특이적이고, 종양의 크기가 작을 때에도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민감도가 높아서 선별검사 및 조기 진단에 사용할 수 있는 종양표지자가 이상적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종양특이적 표지자 (tumor-specific marker)는 매우 드물고, 대부분 동일한 조직의 다른 종양에서도 발견되는 종양연관성 표지자 (tumor-associated marker)입니다.
종양표지자의 활용
종양표지자는 1) 암 선별검사, 조기 진단, 2) 예후 예측, 치료 반응 평가, 병기 (stage) 결정, 3) 추적관찰 (모니터링), 재발 발견, 치료효과 감시 등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1) 암 선별검사, 조기 진단
선별검사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부터 암을 초기에 발견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래야 치료가 잘 되고 생존율이 높기 때문입니다.
종양표지자를 암의 선별검사와 조기 진단에 사용할 수 있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을 만족해야 합니다.
- 무증상, 초기 상태의 암을 검출할 수 있어야 합니다.
- 그렇게 초기에 발견하여 치료할 적절한 치료 방법이 있어서 생존율을 증가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 암특이적이며 위양성율이 낮아야 합니다. 선별검사는 비교적 다수의 사람에게 검사하는 것이므로 위양성율이 높으면 불필요한 처치가 많아지게 됩니다.
- 비용-효율적 (cost-effective)이어야 합니다.
- 비침습적 (non-invasive)이어야 합니다.
이러한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종양표지자는 없지만, 일부라도 만족하면 임상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전립선암 검사로 유명한 PSA (prostate-specific antigen)라는 종양표지자가 있습니다.
PSA를 직장수지검사 (digital rectal exam, DRE)와 함께 전립선암의 조기 진단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PSA는 전립선비대증, 전립선염 등 다른 전립샘 질환에서도 증가합니다.
즉, 조직 특이적이지만 암특이적이진 않습니다.
PSA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이 글을 참조하면 됩니다.
2) 예후 예측, 치료 반응 평가
암 진단 당시의 종양표지자 수치는 암의 경과와 생존율을 예측하는 예후 인자 (prognostic factor)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환자의 예후는 치료 방침을 결정하는 데에 매우 중요합니다.
유방암에서 에스트로겐 수용체 (estrogen receptor, ER) 검사가 대표적입니다.
유방암은 ER 양성이 음성에 비해 예후가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림프절 전이가 없는 경우에는 이러한 예측은 제한적입니다.
유방암은 호르몬치료가 가능한데, 호르몬치료를 사용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데에 ER 양성 여부가 결정적입니다.
유방암의 호르몬치료에 대한 임상적인 내용은 이 글에서 다루었습니다.
유방암의 호르몬 수용체 ER, PR에 대해서는 이 글 중반부에서 자세히 다루었습니다.
유방암 유전자 ERBB2 (HER2)에 대해서는 이 글에서 4번 항목을 참조하면 됩니다.
3) 추적관찰 (모니터링) - 재발 발견, 치료효과 감시
암은 치료를 하면서 치료가 잘 되는지 (치료 반응 평가), 관해 유지가 잘 되는지 (재발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추적관찰 (모니터링)을 해야 합니다.
치료를 해도 종양표지자 수치가 감소하지 않거나 오히려 증가하는 경우, 해당 치료에 반응이 없는 것 (내성)으로 판단하여 다른 치료 방법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추적관찰에 사용하기 위한 종양표지자는 비효과적인 치료를 중단하거나 대체하도록 판단할 수 있도록 민감하고 특이적이어야 합니다.
추적관찰에 사용하는 대표적인 종양표지자는 CA19-9입니다.
CA19-9는 carbohydrate antigen 19-9의 약자입니다.
CA19-9는 췌장암, 대장암에서 유용한 종양표지자로, 모니터링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단, 진단특이도는 낮아서 치료 반응을 평가하는 데에 주로 사용하고, 선별검사나 재발을 확인하는 데에는 권고하지 않습니다.
CA19-9의 정상 상한 수치는 검사 방법마다 조금 다르지만 대체로 37 kU/L입니다. (참고 범위 0- 37 kU/L)
CA19-9, CEA, CA15-3, CA125 등 여러 종양표지자에 대한 정상 수치 (참고 범위)와 의미에 대해서는 이 글을 참조하면 됩니다.
대부분의 종양표지자 수치는 치료효과, 치료반응과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종양표지자 수치가 감소하는 속도는 종양표지자의 반감기를 고려하여 예측할 수 있습니다.
치료 후 반감기가 예상되는 반감기보다 길면 치료가 성공적이지 않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AFP의 반감기는 5일, PSA의 반감기는 2~4일, hCG의 반감기는 12~20시간입니다.
종양표지자 수치가 진단 당시보다 감소한 정도는 치료가 성공적인 정도, 암의 범위를 반영할 수 있습니다.
유방암에서 CA15-3, CA27.29 등의 종양표지자 수치는 치료나 임상적인 경과에 따라 변화합니다.
진행성 암인 경우 종양표지자 수치가 증가하고, 관해 (remission)된 경우에는 감소하며, 안정적 (stable)인 상태인 경우에는 일정한 수치를 보입니다.
종양표지자 수치의 증가 또는 감소에 대한 해석을 국제적인 기관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ISOBM의 WGTMC에서 권고하는 해석 가이드라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ISOBM: International Society for Oncodevelopment Biology and Medicine)
(WGTMC: Working Group on Tumor Marker Criteria)
1) 치료 중 종양표지자 수치가 증가하는 것은 질병 (암)의 진행을 반영합니다.
종양표지자가 수치가 50%이상 감소하면 부분 관해 (partial remission)를 의미합니다.
25%이상 상승하는 것은 암이 진행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완전 관해 (complete remission)는 종양표지자 수치만으로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른 방법으로 완전 관해로 판단하였는데, 설명 가능한 이유 없이 종양표지자 수치가 증가했다면 완전 관해 판정이 잘못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2) 치료하지 않는 상태로 추적관찰하는 기간에 종양표지자 수치가 증가하면 재발을 시사한다.
이 때 증가는 로그 단위에서 선형적으로 증가한 것을 의미합니다.
3) 종양표지자의 측정 간격은 반감기의 5~6배 시간이 이상적이지만, 종양표지자가 증가하는 경우에는 2~4주 후에 재측정할 수 있습니다.
암이 재발하는 것을 발견하면 조기에 재치료를 시작하거나 치료 방법을 변경하는 데에 도움됩니다.
전립선암 수술 (근치적 전립선 절제술) 이후 ultrasensitive PSA 검사를 통해 재발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습니다.
보조항암치료를 받는 유방암 환자에서 CA27.29는 다른 임상적인 증거보다 일찍 재발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종양표지자의 정상 수치 (참고 범위) 결정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에 종양표지자의 정상 범위를 설정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나의 종양표지자가 여러 암과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종양표지자 검사 목적에 따라 기준으로 삼는 수치가 다를 수 있습니다.
선별검사 시, 추적관찰 시, 재발 확인 시, 양성 질환과 감별 시 등 상황마다 종양표지자 수치에 대한 해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종양표지자 검사 방법에 따라 수치에 민감한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환자 개개인에 따라 진단 당시의 종양표지자 수치를 고려하여 추적관찰 시 감소 여부를 판단해야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종양표지자 검사의 정상 수치를 일괄적으로 정해 놓고 받아들이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종양표지자의 참고범위를 설정할 때에는 대조군을 건강한 집단으로 삼을지, 양성질환 환자군으로 삼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종양표지자 검사 및 해석 시 고려사항
1) 한 번의 검사에 지나치게 의존해서는 안 됩니다.
대부분의 종양표지자는 특이도가 높지 않아 한 번의 검사만으로 암과 양성 종양을 감별하기는 어렵습니다.
양성 질환에서는 종양표지자 수치의 증가가 일시적인 경향이 있는 반면, 암에서는 지속적으로 증가를 보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종양표지자를 연속하여 검사하면 이러한 증가를 발견하는 것에 도움이 됩니다.
2) 연속 검사 시 동일한 검사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종양표지자 검사 방법마다, 시약마다, 검사실 조건마다 수치가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곳에서 검사하여 수치가 조금 증가했다고 해서 정말 증가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검사실, 검사 방법, 시약 차이 때문에 수치가 조금 변한 것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능하면 동일한 검사실에서 계속 검사하여, 종양표지사 수치의 변화가 검사상의 이유로 증가하거나 감소했을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3) 종양표지자 수치가 치료 (수술) 전에 증가되어 있어야 재발을 확인하는 데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환자에 따라, 암에 따라서는 치료 전에도 종양표지자가 증가되어 있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환자에는 그 종양표지자를 추적관찰에 사용할 수 없습니다.
4) 종양표지자의 반감기를 고려하여 해석해야 합니다.
종양표지자 수치가 감소하는 속도를 예측하려면 반감기를 고려해야 합니다.
수술 또는 치료를 한 즉시 종양표지자 수치가 감소하는 것이 아닙니다.
종양표지자의 반감기마다 다르지만, 최소한 수술 2주 후에 검사해야 절제 성공 여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5) 종양표지자의 대사도 고려해야 합니다.
우리 몸의 대부분의 물질은 간 또는 신장에서 대사되어 제거됩니다.
간질환, 신장 질환이 있는 환자에서는 이러한 제거 기전이 불완전하거나 느릴 수 있고, 따라서 종양표지자 수치가 감소하는 속도가 더딜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CEA는 간에서, β2-microglobulin (β2M)은 신장을 통해 제거됩니다.
6) 여러 종양표지자를 검사하여 민감도와 특이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암은 똑같은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한 것으로 이해하기 쉽지만 (clonal proliferation), 이질적인 세포로 구성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종양이라는 덩어리를 구성하는 세포마다 발현하는 종양표지자가 다를 수 있고, 종양표지자를 생성하지 않는 세포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암과 관련된 종양표지자 여러 개를 모두 검사하면 민감도, 신뢰도를 높이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단, 서로 보완적인 종양표지자들을 선택해야 하고, 서로 유사한 종양표지자들만 검사하는 것의 활용도는 제한적입니다.
종양표지자 검사 시 고려사항
모든 검사가 그렇듯이 검체 채취, 운송, 보관, 검사 방법 등이 적절해야 합니다.
PSA 검사용 혈액 검체는 전립선 조직검사, 절제 등의 처치를 하기 전에 채혈해야 합니다.
이러한 처치가 PSA 수치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난소암 등에 쓰이는 CA125 검사용 혈액 검체는 월경을 피해서 채혈해야 합니다.
항원-항체 반응을 이용한 면역학적 검사 방법 (immunoassay)은 임상적으로 매우 자주 적용되는 방법이고 종양표지자 검사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검사의 편리성, 비용, 검사 시간 등에서 유리한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간섭물질에 의한 교차반응, 고용량 후크 효과 (hook effect, prozone effect), 잔효 (carry-over), 이종친화항체 (heterophile antibody) 등 위양성, 위음성으로 인해 부정확한 검사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요인을 고려해야 합니다.
고용량 후크 효과는 측정 물질의 농도가 고체상의 용량을 초과할 정도로 너무 높은 경우에는 그다지 높게 측정되지 않을 수 있는 현상인데, 검체를 희석한 후에 재검하는 것이 도움됩니다.
잔효는 잇따라 검사하는 과정에서 물질이 서로 섞여서 부정확한 결과가 나오는 현상인데, 어떤 검사에서든지 고려해야 할 점으로, 주기적으로 잔효 여부를 평가해야 합니다.
환자의 검체 내에 ‘검사 방법상에서 사용되는 물질’과 반응하는 이종항체가 존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human anti-mouse antibody (HAMA)라고도 합니다.
이종항체는 대개 진단적, 치료적 목적으로 생쥐 단클론항체를 사용한 환자에서 고역가로 존재할 수 있습니다.
hCG 측정에서 이종항체에 의한 간섭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종항체에 의한 간섭으로 부정확한 결과가 나오는 환자에서는 항체제거용기, protein A, protein G, polyethylene glycol (PEG) 등으로 이종항체를 제거한 후에 검사해볼 수 있습니다.
혹은 다른 원리의 검사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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