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나 보호자가 무슨 죄인가?
"골수검사를 했는데 면역조직화학염색이랑 FISH검사를 추가하니 다음 방문 시 수납하라는 문자를 받고 다리가 후들거렸고 계속 울고 있어요. 인터넷 검색해보니 전이암도 나오고 하던데요."
골수검사 판독은 진단검사의학과의 가장 큰 업무 중 하나이다.
다른 과 의사들도 골수검사 절차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데 일반인은 말할 것도 없다.
골수검사는 우선 첫날 골수흡인액 (bone marrow aspirate, aspiration)을 보고 어떤 상태가 의심되는지 대강 알 수 있다.
그래서 골수생검절편 (bone marrow (biopsy) section)에서 무슨 세포학적 (cytological), 면역조직화학염색 (immunohistochemical stain)을 시행할지는 골수흡인을 본 이후 결정할 수 있고 염색이 되는 데에 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골수검사는 판독하는 데에 최소 2일이 걸린다.
2일은 최소이다.
병원에 따라 골수검사 다음 날 clot section까지 확인한 후 어떠한 염색을 시행할지 결정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에는 당연히 날짜가 더 소요된다.
검사실마다 면역조직화학염색을 시행할 수 있는 여건이 다르므로 이에 따라 날짜가 더 소요될 수도 있다.
골수흡인을 보고 나서 추가하고 싶어지는 검사는 면역조직화학염색 뿐 아니라 염색체 특정 부위의 이상여부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Fluorescence in situ hybridization (FISH) 검사도 있다.
세포유전학적 검사 중 염색체 검사 (Chromosome analysis, karyotyping) 는 1~2주나 소요되는 반면 FISH검사는 1~2일 소요되므로 빠른 진단에 큰 도움이 된다.
FISH 검사의 종류는 보고자 하는 염색체 부위에 따라 무궁무진하기때문에 미리 처방하기 어렵고 골수흡인을 본 후에야 시행여부가 결정되는 경우도 많다.
세포유전학적 검사뿐 아니라 분자유전학적 검사도 백혈병 (leukemia) 등 골수검사를 통해 진단하는 질병의 세부진단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골수 검사 소견을 보고 나서 유전자 검사를 추가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절차가 있기 때문에 특별히 골수에 문제가 없는 환자도 판독에는 최소 2일이상 소요되고, 검사가 추가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일반인 입장에서는 검사를 추가하겠다는 연락을 받으니 뭔가 큰 병에 걸려서 그런 것 같고 걱정이 되었다고 한다.
검사 결과 설명을 듣기 전까지 불필요하게 노심초사하게 되는 셈이다.
물론 실제로 심각한 질환이라면 걱정을 해야겠지만, 골수검사로 진단하는 질환의 범위는 넓고 예후도 매우 다르다.
상기 환자의 경우 essential thrombocythemia (진성/본태성 혈소판증가증)이었는데, 일반인이 "FISH"를 키워드로 인터넷 검색을 하여 알 수 있는 정보는 제한되어 있고 정확하지 않다보니 전이암 말기인 줄 알았다고 한다.
따라서 병원에서 환자 및 보호자에게 검사 절차, 진료 과정 등을 잘 설명할 필요가 있다.
골수 검사는 원래 이러하기 때문에 나중에 검사가 추가되었다는 문자가 갈 수도 있다든지 그런 설명을 잘 해줄 필요가 있다.
어느 의료팀에서 하든.
그러면 환자가 불필요하게 과도한 걱정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어떤 질환을 진단 받았지만 당장 살 날이 며칠 남지 않았을 만큼 심각한 병은 아니었다.)
그렇게 설명할 시간이 없고 그러한 설명은 수가가 없는 등 어려운 사정이 있을 수는 있다.
설명을 했는데 환자, 보호자가 이해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의료진 개인, 해당 병원의 시스템, 해당 국가의 의료 체계 중 어느 것이 문제인지 여기에서 논하지는 않겠다.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환자이다.
* 본 글은 약 4년 전에 작성된 글을 바탕으로 검토, 수정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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